2-3년간 시사 프로그램들을 정말로 열심히 듣고 보았다. 그런데 진보가 되었든 보수가 되었든 그 프로그램들의 한계들이 점점 명확히 보인다.

그간 내가 가졌던 관심은 우리나라의 소위 진보,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논리로 사회를, 서로를 비판하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데 무슨 논리로 그렇게 싸우는지를 잘 모르겠더라는 것이다..

이제 그 논리의 대략은 좀 이해가 된다. 보수는 성장 모멘텀이 강하고 진보는 인간성 유지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 두 가지는 상호 보완적으로 가야 하기는 하겠지만 한 쪽을 극단적으로 추구했을 때에는 다른 한 쪽은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시소게임 구조로 되어 있다.

보수는 사회 전체를 묶어서 보려는 전체주의적(holistic)시각이 강하고 반면 진보는 부분 부분 사안별로 뜯어서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이는 보수측은 보수그룹의 철학을 사회에 적용해 이미 국가를 경영해본 경험이 있는 반면 진보 철학은 아직 국가와 같은 큰 사회를 경영해볼 정도의 적용 기회와 경험이 적어서 그런 것으로 생각되는데, 따라서 보수적 사고는 때때로 너무 원시안적으로 보이고 반면 진보적 사고는 종종 지나치게 근시안적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꽤 된다.
이러한 성향은 사회 문제를 대처하는 대처 방안에서 크게 나뉘는데 보수는 그들이 가진 철학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담론과 결론을 끌어내데 반해 진보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베이스로 끌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은 요즘 세월호 관련해서 이야기되는 "공감 능력" 이슈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보수는 사회 문제를 다룰 때 인간의 감성에 크게 의지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철학에 의존한다. 적어도 보수 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감성이 무시되어도 좋을 만큼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고려 요소 중 하나일 뿐, 그것 자체가 모든 것은 아니다. 반면 진보는 인간의 감성, 공감 능력에 크게 의존적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진보적 마인드, 특히 인간의 감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보적 그룹으로부터의 보수적 그룹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뭐 어느 쪽이 되었든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절대적으로 틀린 것도 없는 듯 하다. 이 사회 전체를 보았을 때에,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시키고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다 필요한 부분들이다. 딱딱한 철학만으로 행복을 만들어낼 수 없듯, 감성만으로 사회를 꾸려나갈 수도 없다. 서로 적절한 조화가 유지되어야 균형 잡힌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시사프로들을 접하면서 보수가 되었든 진보가 되었든 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들을 보게된다. 내 이야기만 옳다고 주장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인격비하를 서슴치 않는다. 참 우려되는 모습이면서 또한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요즘 KBS, MBC등의 언론들에 대해 fact 확인을 제대로 안 하고 정부에서 준 보도자료만 앵무새처럼 보도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그런데 이 문제는 비단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적 문제로 보인다. 시사 프로그램들을 듣고 보다 보면 이러한 사실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이미지에 사건 및 현실을 투영시켜 비판하는 경우들이 많다.
문제는 상대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인데 이런 식의 "이미지에 대한 비판"은 건전한 비판 보다는 인격비하를 포함한 비난의 성격을 띌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런 식의 비판으로는 우리 사회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터인데 걱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소모적인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은 좀 자제하고 철저한 fact 확인을 통해 상대방에 대해 비판 할 것과 또 수용 가능한 부분을 철저히 구분해 상호 신뢰의 기반을 좀 쌓아가면서.. 크게는 인신공격에서 가치관 운동으로 사회적 에너지와 관심을 넘겼으면 싶다.

Posted by yy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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