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의 설교에 하나님 나라 복음의 가치가 빠져 있습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사랑의 이중계명을 기준으로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경험하는 삶이 실현되도록 해야 합니다."

세계적 신약학자 김세윤(63) 풀러신학교 교수가 2년 만에 방한해 한국 교회의 현실과 신앙 전반에 대한 의견을 쏟아냈다. 지난달 30일 만난 김 교수는 한국 교회 최대 위기는 복음의 실종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하나님 나라와 그에 합당한 삶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주일 성수, 십일조, 교회 봉사를 잘해서 구원받아 천국 가자고 가르치는 것은 엄청난 복음의 왜곡입니다. 문제는 많은 설교자들이 그게 신앙의 전부라고 가르치고 있다는 겁니다. 목회자들이 하나님 나라 복음에 대한 구체적 이해가 없기 때문에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받아가며 사는 법을 가르쳐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가 강조하는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받는 삶이란 적극적 제자도를 가리킨다. 술 담배 안하기, 주일 성수하기 등 '하기'와 '하지 말기'식에 머무는 신앙이 아니라 자기를 부인하고 예수를 따르는 삶이다. 그것은 예수님이 요구한 사랑의 이중계명, 곧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철저히 입각한 삶이기도 하다.

"성도들은 항상 사랑의 이중계명을 염두에 두고 이에 따른 가치 판단과 윤리적 선택을 해야 합니다. 순간마다 사탄의 통치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의 통치를 받을 것인가를 의식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항상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의인은 하나님의 통치를 받아야 합니다."

김 교수는 적극적 제자도 실천의 한 사례로 최근 상황과 연결해 기독교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의 주권에 순종하기를 원하는 크리스천이 대통령이 된 것은 하나님께서 이 나라에 주신 좋은 기회입니다. 바라기는 복음에 합당한 정책을 펴서 하나님 나라의 형상이 가시적으로 실현되기를 희망합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복음을 잘 알아야 하며 기독교적 세계관과 소양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야 기독교적 가치를 지닌 정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하나님 나라 정신에 입각한 정책을 펼쳤던 에이브러햄 링컨, 우드로 윌슨,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이들을 모델로 삼으면 좋을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크리스천 리더는 좀더 높은 수준의 기독교적 지성을 쌓을 필요가 있습니다. 복음과 신학에 대한 깊은 이해, 거기서 형성된 올바른 기독교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지고 정책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해야 합니다."

김 교수는 또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 가정들이 각 분야에서 '가이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크리스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마 황제였던 가이사에게 복음을 전해 로마 전체를 복음화하려 했던 바울의 꿈은 결국 바울 사후 250년이 지난 AD 312년 로마의 가이사, 콘스탄티누스 황제를 통해 기독교 제국이 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무늬만 크리스천인 가이사는 안된다는 것이다.

"가이사와 같은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한국 교회의 편협한 근본주의 소극적 신앙 행태로는 안 됩니다. 성숙한 신앙 이해를 가져야 합니다. 가정, 직장, 공동체, 남북관계, 세계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실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선교의 정의도 그런 점에서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선교만이 선교가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것, 각자의 삶 속에서 선교사로 사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한국 교회가 가이사급 과학자들을 길러내는 일에 선교 열정의 절반만이라도 활용한다면 하나님 나라와 세계 선교에 공헌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튀빙겐대학교를 거쳐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에서 세계적인 신약학자였던 F F 브루스 교수의 지도 아래 바울신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마쳤다. 1995년부터 미국 풀러신학교 신약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Posted by yy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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