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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함께 시작되는 이혼잠복기를 잘 이겨내라

'이 사람' 때문이 아니라 누구와 살아도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

남들이 저에게 궁금해하는 점은 크게 두 가지인 듯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느냐, 저는 제 아내를 어떻게 만났고 또 잘 살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결혼정보회사를 오래 해온 만큼 당연한 호기심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속이 뜨끔해집니다. 올해로 결혼 15년째인 저희 부부도 여느 부부들처럼 순간순간 갈등과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되돌아보면 위기의 순간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경제적인 문제였습니다. 사업이 잘 안 되니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생활이 차츰 안정되자 이번에는 성격 차이가 드러나더군요. 활동적인 성격인 아내는 사회생활을 좋아하지만, 저는 아내가 가정에 충실하기를 바랐습니다. 다툼이 잦아졌지요.

이 단계를 거치니 어느새 아이들이 부쩍 성장해 있더군요. 애들이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부부 간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의 관심은 아이들에게로 쏠렸고, 상대적으로 남편에게 소홀해졌다는 점이 불만스러웠습니다. 아내는 그런 것도 이해하지 못하느냐면서 저에게 불만을 품었고요.

바람 잘 날 없던 결혼생활 15년 동안 저희 부부를 지킨 것은 두 가지입니다. 아내는 화통하고 대범해서 큰 것을 주로 챙기는 스타일입니다. 사소한 부분은 그냥 넘어가줍니다. 제가 숨 쉴 수 있는 여지는 남겨주고 있는 것이지요.

수많은 남녀가 만나고, 결혼하고, 갈라서는 것을 지켜보면서 저는 언제부터인가 '이 사람과 헤어져도 더 좋은 사람은 못 만난다'고 믿게 됐습니다. 몹시 심하게 싸운 뒤에도 아내와 한 이불을 덮고 자게 되더군요.

더 잘나고 못날 것도 없는 두 사람이 살다 보면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별의별 트러블을 다 겪으면서 상호 이해가 이뤄집니다. 세월은 정(情)과 비례하고요. '내가 아니면 누가 받아주나?' 하는 마음도 듭니다. 부부는 그렇게 살아가는 관계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뜻 멀쩡해 보이는 부부라도 뒤로는 크고 작은 문제들로 대립하고 있을 것입니다. 선우가 최근 10년 이내 이혼남녀 2,808명의 이혼 시기과 원인을 조사하니, 부부를 이혼으로 모는 문제들이 드러났습니다. 평균 결혼기간은 약 5년10개월, 이혼 원인은 남녀 공히 가족 간 갈등, 경제적 문제, 성격 문제, 부정 행위 등 10가지 정도였습니다.

그러니까 부부는 결혼 후 처음 5~6년 동안 평생 겪어야 할 문제들을 대부분 맞닥뜨리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 시기를 '이혼잠복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혼잠복기에 서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넘어가느냐, 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이혼과 해로가 결정되는 셈입니다.

이혼잠복기 중 갈등의 양상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결혼 초에는 서로 잘 모르는 데서 비롯된 가족갈등이 주요 이혼원인입니다. 이 기간을 무사히 넘기고 세월이 흐르면 또 다른 문제가 고개를 듭니다. 서로를 너무 잘 아니 식상해지고, 이는 곧 부정행위로 이어지는 케이스가 흔합니다.

이혼자들의 실패담에는 역설적이게도 결혼생활의 지혜가 깃들어 있습니다. 결혼 전후에 당사자들은 물론 양가가 교류하면서 적응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결혼의 기반이 탄탄해진다는 점을 배울 수 있습니다. 아울러 결혼생활을 항상 신선하게 유지하려면 부부에게 역지사지의 공동노력이 요구된다는 사실입니다.

부부 사이의 문제는 '이 사람' 탓에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비슷한 상황은 반복되게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 눈앞의 바로 그 또는 그녀를 상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답 아닐까요?

Posted by yy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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