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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란 50점짜리 배우자를 100점짜리 배우자로 만드는 과정

결혼정보회사의 지점 격인 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어느 커플매니저가 쩔쩔매며 통화하고 있더군요.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전화를 한 사람은 여성회원의 어머니였습니다. 커플매니저가 딸에게 소개한 남성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항의했다더군요. 의사를 소개하면 전공이 마음에 안 든다, 박사를 소개하면 지방대학 출신이라 안 된다…, 이런 식으로 거절한 것이 여러 차례였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대단한 여성이길래 1등 신랑감들을 마다하나 했는데,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대학원생이었습니다. 요즘 남성들은 대부분 맞벌이를 선호하기 때문에 아무리 학력이 높아도 직업이 없으면 만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사윗감을 찾아야 합니다. 물론, 어머니 눈에는 딸이 최고로 보였겠지만요.

30대 후반인 남성의 상황은 좀 더 심각합니다. 평범한 여성이면 된다고 하면서도 도무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성이 없습니다. 코가 좀 어떻다, 말할 때 상냥하지 않다, 수준 차이가 난다, 거절 사유도 가지가지입니다. 전직 관료라는 그의 아버지는 아들보다 더 까다롭게 조건을 따지더군요. 앞으로도 이 남성에게 맞는 여성을 찾기란 아마도 '미션 임파서블'일 듯합니다.

맞선 현장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결혼상대를 매우 신중하게 선택한다는 의미일까요? 아닙니다. 다들 스스로를 왕자와 공주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최고라는 착각으로 어지간한 상대는 성에 차 하지를 않습니다.

그들의 부모 탓입니다. 자녀를 왕자와 공주로 만든 장본인입니다. 요즘 부모는 자식을 1~2명밖에 안 낳습니다. 그러다 보니 과도한 사랑을 쏟고, 결혼도 아들 딸이 좋다는 대로 맞춰주게 마련입니다. 결혼생활이나 부부관계를 제대로 가르치기보다는 보기 좋은 결혼을 선호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만 신경을 쓸 수밖에요.

15년 전이었습니다. 저는 '골드미스' 출현을 예고했습니다. 사회는 귀담아 듣지 않았지요. 이후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결혼을 늦게 하는 골드미스가 현실로 닥친 현시점에서 심각성을 자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앞서 예를 든 총각과 처녀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혼생활을 슬기롭게 하는 방법을 부모에게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어설픈 공주와 왕자가 가정을 이뤄 잘 살아갈는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참고 견딜 일이 많은 것이 바로 결혼 아니겠습니까.

10~15년 뒤면 이혼이 더욱 늘면서 사회 혼란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사랑이 자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점을 부모는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결혼생활에서 왕자와 공주는 있을 수 없습니다. 50~60점 상태에서 만나 90~100점을 만들어가는 성장과 발전의 과정이 결혼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상대를 만나 90~100점을 꿈 꾼다면 결혼을 하기 힘듭니다. 행여 결혼하더라도 어려움이 닥쳤을 때 슬기롭게 극복하리라는 기대는 어렵겠지요. 또 90, 100점짜리 상대를 찾으려고 하는 그 또는 그녀는 결혼상대로 과연 완벽할까요.

자녀의 행복한 결혼을 원한다면 부모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제 아무리 왕자와 공주라 하더라도 결혼에서는 배려와 양보가 전제돼야 합니다. 상대를 왕자와 공주로 존중해야 자기도 그런 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녀를 왕자와 공주로 키운 것까지는 좋습니다. 그러나 결혼생활도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면 차라리 진짜 궁궐로 보내십시오. 자식에게 필요한 것은 배우자가 아니라 하인입니다.

Posted by yy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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