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te.com/view/20100114n21385?mid=n0411

[워킹맘을 부탁해] 한직으로만 도는 '마미 트랙' 아시나요?

워킹 맘 배려이유 능력발휘 막는 업무 강요… "여건 마련못한 사회책임" 비판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는 어느 한쪽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한국 사회의 워킹 맘.

이 현실을 헤쳐 나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쉽고 하찮은 일만 맡아 한직을 도는 워킹 맘들의 선택을 가리켜 마미 트랙(mommy track)이라는 말이 서양에서 생겨났다.

직장에서 오직 일과 성공만을 위해 남성이 추구하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과 비교돼 생겨난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선택이 아닌 강요라는 것이 이들 워킹 맘들의 주장이다.

국내 대기업 계열의 광고 회사에 5년째 근무하고 있는 최지연(가명ㆍ31)씨.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했고, 영어와 스페인어까지 능통한 최씨는 입사 초부터 아이디어 뱅크로 불리며 회사의 중요 프로젝트를 선점했다.

하지만 2년 전 결혼과 동시에 최씨의 직장 생활은 180도 바뀌었다. 일의 특성상 야근이 잦은 최씨는 남편과 종종 갈등을 겪어 왔고, 임신까지 하면서 도저히 예전의 업무를 할 수 없었다.

최씨는 "2년 동안 함께 일한 상사와 동료들에게 사정을 얘기했지만 오히려 배려를 해 준다며 인턴이나 신입들이 주로 하는 자료 수집과 번역만 맡겼다"며 "일에 대한 욕심이 크지만 가정일을 동시에 챙기려면 이런 수모도 감내할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워킹 맘들은 회사 내에서 아기 엄마라는 꼬리표가 붙는 순간 한직으로만 돈다고 입을 모은다.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마지막 몸부림으로 버티고 있지만 같이 입사한 남자 동기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 가도를 달리는 모습을 보면 일과 가정을 둘 다 포기하고 싶은 심리적 공황 상태까지 온다고 주장한다.

최씨는 "요즘 입사하는 능력 있는 여성 후배들에게 이 길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결혼하지 말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넨다"며 "이렇게까지 해서 회사에 남아 있어야 하는 건지 회의감 속에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황현숙 서울여성노동자회 회장은"마미 트랙이라는 용어가 생겨난 이유 자체가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함께 돌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한 사회의 책임"이라며 "능력 있는 여성들의 전문성을 키워 주는 것이 결국 사회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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