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kbs.co.kr/society/2010/03/01/2055503.html
[뉴스 따라잡기] 지도층 잇단 자살…성공의 그늘
<앵커 멘트>
얼마 전 한 대학병원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유명 대학 교수도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일이 있었죠.
모두 각 분야에서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기에, 더욱 의문과 안타까움을 남기는데요.
이민우 기자,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까요?
<리포트>
지난 달 24일 오후 3시 반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50대 중년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숨진 남성은 서울 유명 사립대 물리학과 교수 쉰여덟 살, 이 모씨.
아파트 뒤쪽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겁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 : “(발견 당시) 옷차림은 점퍼를 입고, 일반 평상복이었죠. 목숨이 이미 끊어진 것으로 봤거든요. 전혀 움직임이 없었고, 전혀 살았다는 느낌이 없었으니까...”
이 교수는 우리나라 초전도체 연구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인물.
2001년 ’사이언스지’에 논문이 실리고, 2002년 국내 학자 중 최초로 미국 물리학회 초청 강연을 했습니다.
2005년에는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국과학상까지 받았는데요.
< 녹취> 김00(조교) : “2년에 한 번씩 받는 과학을 연구하는 분들에게만 주는 그런 상이 있는데 그 상도 받으시고, 초전도(분야)에서는 MGB2 때문에 많이 유명하셨고 세계적으로도 권위가 있으셨다는 것도 알았고...”
국내 연구자들 중에서도 노벨 물리학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과학자로 알려졌던 터라, 이교수의 갑작스러운 자살 소식은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녹취> 김00(조교) : “교수님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자살하셨다고는 전혀 생각을 안했거든요.”
<인터뷰> 박광서(물리학과 교수) : “우리가 본받았으면 하는 분이 저런 결정을 하셨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죠.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인데...”
사망 당시, 이교수가 입고 있던 점퍼 주머니에서 가족에게 남긴 유서가 발견됐는데요.
유서에는 "물리학을 사랑했는데 잘못해서 힘들다, 큰 논문을 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힘이 든다."는 내용으로, 그동안 겪었던 괴로운 심경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녹취> 김00(조교) : “교수라는 책임 때문에 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그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시니까 많이 힘들어 하셨던 것 같아요.”
20년 가까이 근무하던 학교를 떠나 2년 전 모교에 부임한 뒤, 달라진 환경 속에서 더 큰 연구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이교수는 심한 압박감에 시달려 왔다고 하는데요.
< 인터뷰> 박광서(물리학과 교수) : “세계적인, 가장 앞장서가는 연구를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그게 안 되잖아요. 인프라가 따라주지 않으니까... 시간이 더 필요하다, 질적인 논문을 쓰기가 어렵다 보니까 심적 부담은 점점 커지고...”
연구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근에는 우울증까지 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박광서(물리학과 교수) : “우수한 교수들을 많이 모셨고, 애들에게는 가능성이 훨씬 더 많은데도 학생들은 3분의 1로 줄었다... 이분이 또 연구한 곳을, 일자리를 옮긴 게 겹쳐서 앞이 깜깜한 거예요.”
물리학 연구에 평생을 바친 이 교수. 학문에 대한 그의 사랑도 업적에 대한 부담감을 뛰어넘지는 못했는데요.
< 인터뷰> 이병훈(교수/중앙대 사회학과) : “단기적인 경쟁과 단기업적을 요구하는 사회풍조라던가 조직의 생리가 어떤 승자한테도 끊임없는 압박감이나 스트레스를 주면서 이런 불행한 일이 만들어졌다고 말씀 드릴 수 있는 거죠.”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지난 달 20일 오전 9시 반쯤, 동대문의 한 병원 6층 옥상에서 의대 교수인 서른아홉 살, 박 모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겁니다.
박씨가 근무하던 의료원 13층 연구실엔 방범창이 뚫려 있었고, 책상에는 그가 복용했던 약과 가족들에게 남긴 메모가 놓여 있었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 : “외부 출입도 없고, 누가 밀었다든지 타살의 흔적도 발견 못했고 우울증 증세가 있던 것으로 파악이 되고요. (유서 내용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 미안하다고.”
우울 증세가 있었던 정황과 박씨가 남긴 글의 내용으로 미뤄볼 때, 경찰은 자신의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말에도 국내 최고 기업의 부사장이었던 이모씨가 유서를 남긴 채 숨진 일이 있었는데요.
업무가 너무 과중해 살기 힘들었다며, 일에 대한 심적인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이들. 하지만 스스로 이뤄낸 성과와 지위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불안과 좌절을 극복하지 못한 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데요.
< 인터뷰> 이화영(교수/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 “사회 고위층은 자기애적 성향이 굉장히 강하거든요. 그룹을 이끌어가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작은 좌절도 견딜 수 없고 좌절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못 벗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경쟁을 통한 효율성을 강조하곤 있지만, 현실은 경쟁의 승자마저 자살로 내몰 정도로 가혹합니다.
엄청난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감은 치열한 경쟁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입력시간 2010.03.01 (08:51)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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