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마케팅 방법과 관련된 기사가 하나 올라왔네요.. 애프터스쿨의 유이를 대상으로 쓰여진 글인데 유이가 어떻게 인기가 올랐는지 나름대로 분석을 하고 있고 또 왜 인기가 떨어졌는지도 나름대로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방송에 대해서 나름대로 잘 보여주고 있는 글이라고 생각이 되는군요.
http://news.nate.com/view/20110319n02503?mid=e0103
유이, 이효리를 연구해라…아이비 말고
뉴시스 기사전송 2011-03-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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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문원의 문화비평
갑자기 ‘유이 공방’이 벌어졌다. 조이뉴스24 3월15일자 기사 ‘유이, ‘버디버디’ 저주에 반짝스타 추락’이 화근이 됐다. 애프터스쿨 소속 아이돌 유이의 인기 몰락 과정을 신랄하게 짚은 기사다.
기사는 “유이는 데뷔 직후부터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단숨에 연예계 최고의 ‘핫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수영으로 다져진 탄탄한 허벅지는 ‘꿀벅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고 가요계는 물론 예능, 광고까지 장악하며 ‘유이 천하’를 만들어냈다”면서도, 첫 주역을 맡았던 골프드라마 ‘버디버디’의 편성 실패가 유이의 추락을 유도했다고 분석했다.
“‘버디버디’를 통해 연기자로 한 단계 도약하려던 유이는 오히려 ‘버디버디’에 발목이 잡혔다. 유이는 ‘버디버디’ 촬영 이후 새로운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서 행보를 계속할 계획을 세웠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버디버디’ 촬영 전부터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던 유이가 드라마 편성까지 취소되며 ‘역시 유이에게 주연은 무리였나’는 의견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버디버디’의 저주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이는 ‘버디버디’ 촬영을 위해 애프터스쿨 활동까지 접으며 드라마에 올인했다. 그러나 유이가 애프터스쿨에서 잠시 모습을 감춘 동안 애프터스쿨의 인기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너무 빨리 달아오른 쇠는 너무 빨리 식는 탓일까. 드라마 촬영으로 활동이 미미했던 사이, 수많은 여자 스타들이 유이의 자리를 차지했다. 유이의 꿀벅지 자리는 미쓰에이의 수지, 시크릿의 전효성, 티아라의 함은정 등이 차지했고, 아이유가 ‘대세’로 자리잡으며 예능-드라마-가요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유이는 ‘버디버디’의 저주로 자신의 뜨거운 인기가 거품임을 증명했다”고 짚었다.
위 기사는 송고된 각 포털사이트 뉴스페이지에서 높은 조회수를 올리며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다. 몇 백 개 이상의 댓글은 물론 당일 가장 많이 본 기사로 꼽히기도 했다. 결국 ‘버디버디’를 통해 ‘유이 몰락’이 기정사실화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자 유이-버디버디 측에서도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버디버디’ 제작사 그룹에이트 측에서 ‘버디버디’ 티저 영상을 18일 유튜브에 전격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 그룹에이트 측은 “편성에 앞서 순수하게 작품만으로 대중에게 평가 받고 싶다"며 "재미와 감동, 눈물의 3박자를 고루 갖춘 높은 완성도가 구현되었기에 자신 있게 영상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어찌됐건 기본적으로 조이뉴스24의 ‘유이 몰락’ 관련 기사는 딱히 틀린 부분을 찾아보기 힘든 기사다. 순식간에 인기를 모은 유이였지만, ‘버디버디’ 관련으로 여타 활동을 중단하면서 인기전선에 공백이 생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버디버디’는 편성조차 잡지 못했다. 차라리 방영된 뒤 실패를 겪는 편이 유이에겐 더 좋았을 수 있다. 스타산업 논리에서 좋은 소식은 물론 나쁜 소식보다도 더 나쁜 게 바로 무소식이다. 한 번 이슈가 끊기자 화제성도 곧 휘발, 여타 신예 아이돌들이 쏟아져 나올 때 묻혀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넘어간 페이지’가 돼버렸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기서 좀 더 전향적인 발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위 기사는 ‘유이는 어떻게 인기를 잃었나’를 찬찬히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유이에 있어서는 그 몰락과정을 이해하려 할 때 역전된 분석을 해볼 필요도 있다. 다시 말해 ‘유이는 어떻게 인기를 얻었나’를 분석할 필요도 있다는 얘기다. 왜 이런 과정이 필요한 걸까. 사실상 유이는 ‘뜬 게 이상한’ 아이돌이었기 때문이다.
위 기사는 유이가 스타덤에 오른 시점을 MBC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출연 당시부터로 잡고 있다. 물론 당시 일부에서 주목받은 것은 맞다. 그러나 사실 그 정도 주목을 받는 출연자는 매주 몇 명씩 등장했다 사라지곤 한다. 심지어 일반인들조차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상을 남기면 다음날 검색어 순위에 이름을 올린다.
결국 유이가 스타덤에 오른 정확한 시점은, SBS ‘스타킹’에서 유이가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 춤을 선보인 때로 잡는 게 옳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 때부터 미디어의 집중보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미디어는 바로 이 시점부터 유이 관련 보도에 집중하게 된 걸까. 이 역시도 단순하다. 이 시점 유이는 ‘단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됐기 때문이다. 바로 ‘꿀벅지’라는 단어다.
예나 지금이나 미디어가 가장 즐기는 건 바로 이 같은 ‘단어’의 탄생이다. 근래에도 ‘종결자’ 등 뭔가 새로운 단어만 나왔다 하면 미디어, 특히 연예미디어는 난리법석을 떤다. 유행을 가장 먼저 따라잡거나 또는 없는 유행이라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연예미디어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래 들어 그 유행은 ‘단어’의 탄생과 맞물려야만 폭발력을 확보한다.
거기다 ‘꿀벅지’는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단어 생성 자체가 다분히 선정적인 묘사에서 비롯됐다는 반발 때문이었다. 역시 미디어는 이 같은 논란을 ‘너무나도’ 즐긴다. 결국 유이는 ‘스타킹’과 함께 미디어 주목의 최대 관건인 두 가지 요소, ‘단어’의 탄생과 ‘논란’의 발발을 모두 거머쥔 채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불과 3~4개월 사이 유이는 미디어의 뜨거운 감자로 등극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액면 그대로만 볼 때, 유이는 현재 한국 대중 취향과는 사실상 맞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일단 외모 면에서도 그랬다. 한국 대중이 점차 글래머 체형 아이돌을 선호한다는 경향은 이미 포착된 바 있지만, 한국 대중이 글래머라 여기는 체형은 기본적으로 일본만화 여주인공 체형이다. 마른 몸매를 기본으로 삼는다. 그러나 유이는 전반적으로 체격이 크고 소위 ‘육덕 진’ 면이 있다. 사실상 한국 취향이라기보다 서양 취향에 가깝다.
한편 한국 대중이 선호하는 동안이라는 점도 따지고 보면 유이에게는 딱히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동안이 주목받는 건 20대 중후반 여성이 10대 후반~20대 초반처럼 보일 때다. 20대 초반 유이가 10대 초중반의 얼굴을 가고 있다는 점은 이런 속성에서 조금 비껴나간다.
그 외에 딱히 노래로서 주목받을 만한 부분도 없었고, 예능감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연기력 역시 주목받을 만한 단계는 아니었다. 남는 건 오직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에서 보여줬던 춤 실력이었는데, 이 역시도 같은 애프터스쿨 소속 가희 등과 비교해 딱히 뛰어난 수준이라 보긴 어려웠다. 그저 한국에도 비욘세와 유사한 체형을 지닌 여성연예인이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특이하다’는 점이 주목받았던 것이다. 마르고 귀여운 여성아이돌 천지에서 튀어 보이는 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유이에 주목해 ‘꿀벅지’라는 호칭까지 붙여준 네티즌들의 반향 역시, ‘스타킹’ 방영 초기만 해도 극히 일부의 화젯거리에 불과했다. 애초 ‘꿀벅지’라는 호칭 자체가 다소 마니악한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니, 유이에 주목한 계층의 성향도 마찬가지로 짐작될 법하다. 한 마디로 새로운 것, 특이한 것, 한국에 없는 것에 주목하는 취향, 즉 마니아 취향에서 비롯된 ‘작은 열광’이 앞서 언급한 미디어의 일대 버블에 의해 확대된 형태라고 봐야한다. 즉 미디어가 ‘만들어낸’ 유행이었다는 얘기다.
한편 유이를 끌어올린 연예미디어의 속성도 다시 짚어볼 만하다. 연예미디어가 ‘단어’와 ‘논란’에 주목하는 것 외에도 유이는 분명 연예미디어의 주목을 살 만한 요소가 충분했다. 현재 포털사이트를 주름잡고 있는 50여개 인터넷 연예미디어에서, 직접 유행을 만들어내는 기자들은 대략 70% 정도가 여성이다. 가장 많은 기사를 만들어내는 신입기자로만 보자면 80~90%까지도 된다.
이들이야말로 유이에게서 새로운 여성아이돌상을 바랐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마르고 귀엽고 깜찍하거나 판에 박힌 글래머 체형으로 섹시미를 강조하는 타입에서 벗어난 여성아이돌상, 거기다 예능에서 튀어 보일 정도로 말도 잘 못하고 도무지 야무져 보이지 않는 유이에 관심이 집중됐을 수 있다. 한 마디로 유이는 딱히 남성 취향이라기보다 여성 취향에 가깝기에 여기자들로부터 호감을 얻어 미디어 집중으로 이어지게 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유이의 인기는 애초 사상누각(砂上樓閣)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실체가 명확한 게 아니었다. 미디어 이슈로만 포장된 형태였다. 그런데 ‘버디버디’ 상황 등이 얽히면서 일시적으로 미디어 이슈거리가 실종돼버렸고, 이후에도 꾸준히 이슈거리를 만들어내지 못하자 곧바로 인기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몇 년 전 성녀(聖女)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아이비의 경우와 극히 유사하다. 아이비 역시 미디어 이슈를 한 아름 지고 다녔지만 인기의 실체는 딱히 없었다. 그러다보니 미디어 이슈거리가 떨어지자 곧바로 인기도 쇠락했다.
답은 이제 단순하게 나온다. ‘유이는 어떻게 인기를 잃었나’에 대한 답은 곧바로 ‘유이는 어떻게 인기를 얻었나’를 통해 나오게 된다. 애초 미디어가 만들어낸 인기였다. 그러니 미디어가 더 이상 주목해주지 않으면 인기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버디버디’로부터 시작된 악재는 바로 미디어의 주목을 잃는 계기가 됐다. 단순한 공식이다.
그렇다면 이제 유이는 어디로 가야 하나. 이대로 미디어의 눈 밖으로 사라져 인기 쇠락의 길을 차근히 걷는 수밖에 없을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칼로 일어선 자 칼로 망하는 법이지만, 동시에 칼로 망한 자는 칼로 다시 일어서는 게 상례다. 다시금 미디어의 주목을 일으켜 세우는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아이비처럼 아예 자극적인 방향으로 다시 미디어의 주목을 끌어보려는 전략은 엉성하다 못해 위험하다. 대신 일단 타깃을 재설정해야 한다. 유이는 여러 모로 여성의 지지를 받기 쉬운 조건이다. 외모에서부터 본래 성격까지 모두 그렇다. 이 점을 강조해줄 전략이 필요하다. 자신이 지닌 털털한 면, 다소 남성적인 면, 심지어 무뚝뚝한 남자처럼 재미없는 면까지도 모두 집중적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좋다. 일반여성들 고민거리를 낱낱이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하고, 일반 아이돌처럼 깜찍하거나 재치 있는 모습이 아닌, 일반여성의 무덤덤한 모습을 재연해줄 필요가 있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여기자가 대세를 이루는 연예미디어의 호의와 주목도도 천천히 올라가게 되고, 폭발적이었던 남성층의 지지 대신 미지근하지만 오래 가는 여성층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게 된다. 무리하게 일반 여성아이돌 역할을 강요받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출연은 삼가고, 비중이 적더라도 자신에 맞는 콘텐츠를 차근히 밟아나가면 여전히 승산은 있다.
그리고 그 성공사례도 이미 존재한다. 이효리의 경우다. 이효리는 애초 솔로 데뷔 이전 핑클 시절부터도 남성층의 지지를 통해 인기를 구가하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점차 동일 콘셉트 섹시 여가수들이 범람하고 나이를 먹어가기 시작하자 은근히 타깃을 재설정해 나갔다. 털털하고 수더분한 언니, 잘 노는 동네 언니 정도 콘셉트로 각종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어필, 여성층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솔로 데뷔 때의 폭발적인 반향은 더 이상 일으키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활동하며 일정부분 이상의 주목을 받는 정도 위상은 유지하게 됐다. 지난해 표절 역풍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이효리 지지층은 확고하다.
스타산업의 논리는 다소 복잡한 것 같지만, 액면 그대로를 따져보자면 기본원칙은 사실상 하나다. 대중 취향을 거스르는 마케팅은 종국엔 실패하고 만다는 것이다. 아무리 미디어 이슈를 통해 포장돼도 결국은 그 포장이 벗겨지고 나면 모든 게 끝난다. 물론 단일 아이콘이 없던 대중 취향을 이끌어내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그런 일은 수년에 한 번 정도로만 일어난다. 일종의 이변인 셈이다. 그리고 이변이라는 건 원래 만들어내려 애쓴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범위에서 돌출적으로 발생하는 게 이변이다.
이번 ‘유이 공방’을 통해 다시금 확인하게 된 부분도 바로 이런 것이다. 대중 취향과 딱히 맞아 떨어지는 구석이 없던 유이는, 결국 이변을 일으키긴 못했다. 이럴 때 전략을 재빨리 수정하는 게 가장 적절한 조치가 된다. 그 순발력, 상상력, 그리고 노력이 전략 수정 뒤 성패를 가르게 된다. 유이가 그 왕도를 찾아내 또 다른 성공모델로 거듭나길 바랄 따름이다.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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