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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부호들이 정부의 재정적자 해소를 돕기 위해 세금을 더 내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미국 부자 대부분이 공화당을 앞세워 부자 과세를 격렬히 반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르 피가로,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23일(현지시간) 로레알의 상속녀인 릴리안 베탕쿠르와 정유기업 토탈의 최고경영자 등 프랑스 부호들이 재정적자 해소를 돕도록 부자세를 신설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프랑스 16개 기업 대표와 투자자들은 24일 발매된 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에 "자본 흐름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부자들이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특별 기부세`를 신설해 달라"고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들 16개 기업 대표와 임원에는 로레알의 상속녀로 145억유로(약 22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 열다섯 번째 부자 릴리안 베탕쿠르를 비롯해 소시에테제네랄 은행 CEO 프레데릭 우데아, 정유업체 토탈 CEO 크리스토프 마르주리, 에어프랑스 장시릴 스피네타 사장, 광고회사 퓌블리시스 CEO 모리스 레비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우리는 프랑스 사회 시스템과 유럽 환경으로부터 혜택을 받은 계층임을 알고 있다"며 "날로 악화되고 있는 정부 부채로 프랑스와 유럽의 운명이 위협을 받고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단결된 노력을 요구하는 이때, 우리가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재정적자 문제 개선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프랑스 부호의 정부에 대한 부자세 도입 요청은 내년 봄 재선을 앞두고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중도우파 정부에 시의적절한 원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재정 안정화를 위해 프랑스 정부는 사르코지 대통령 당선 후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한 대표적 조치의 하나였던 면세 조치를 폐지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면세 조치로 정부 세수가 45억유로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예산 삭감을 추진하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일부 면세조항을 폐지해 내년까지 130억유로의 세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업에 대한 세금우대 조치를 폐지하고 과세 부담을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재분배할 계획이다. 또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로 3억유로 이상의 추가 세수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도미니크 바르베 BNP파리바 시장경제부문 총괄책임자는 "부자세가 정부에 큰 재정적 이익을 가져다주지는 않겠지만 실질적 정치ㆍ사회적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향후 정부가 추진할 재정긴축안 전체 프로그램이 공평하게 실시되는 것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부호들의 부자세 제안은 이달 초 대서양 건너 미국의 억만장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미국 부자들에 대해 부자세를 부과하라는 주장에 동조한 것이다.

버핏 회장은 자신의 세금이 회사 부하직원보다 적다며 정부의 세금체계를 문제 삼고 정부의 긴축 노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자신과 같은 대부호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버핏의 주장은 실효성이 없는 위선적 발언이라는 반론에 부딛혀 부자세 논쟁이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됐다.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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