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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많이 해줘서 고맙다”… 평안한 표정으로 영면

2009년 2월 17일(화) 2:56 [동아일보]

[동아일보]

■ 병실-빈소 표정

“나는 고통스럽지 않다”…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 배려

조문객들 “그늘이 큰 나무셨는데… 너무 서럽고 허전”

김수환 추기경이 16일 선종한 직후인 오후 6시 20분경 서울 명동성당에는 조종이 울려 퍼지며 선종을 알리기 시작했다. 오후 7시경 미사가 끝나자마자 성당 안에서 추기경의 장례 소식을 들은 신자들은 자리에서 조용히 기도했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들은 대성당 내부 앞에 빈소가 차려질 공간을 만들며 관과 영정 사진을 준비했다. 교구 관계자들은 빨간 카펫을 깔고 빈소 차릴 준비를 했으며 왼쪽에는 ‘주님,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라는 문구가, 오른쪽에는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라는 문구가 적힌 걸개가 걸렸다. 성당 입구에는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 선종, 주님 스테파노 추기경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었다.

○ 명동성당에 울려 퍼진 기도

이날 오후 9시 13분경 김 추기경의 시신이 강남성모병원을 출발해 9시 37분경 명동성당에 도착하자 신도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대성전에서는 김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는 신자들의 연도(憐悼·고인을 추도하는 기도) 소리가 밤새 울려 퍼졌다.

지하 성당에서는 오후 10시경 김 추기경을 위한 추모미사가 시작됐다.

김수환 추기경의 친척인 김성자 씨(65·여)는 “병원에 가서 뵐 때면 어린아이처럼 주사 맞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시기도 했다”며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날 명동성당을 방문한 한승수 국무총리는 “나라의 큰 어른이 졌다. 그늘이 큰 나무셨다”며 “이렇게 오래 병을 앓다 가신 것을 보니 서러운 마음을 표할 길이 없다”고 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오후 10시 반경 빈소를 찾았다.

○ 병실에는 테레사 수녀의 초상화

김 추기경이 입원했던 병실 한쪽 책상 위에는 테레사 수녀의 초상화가 놓여 있었다. 벽에는 십자가 하나가 걸려 있었다. 김 추기경을 간병해 온 홍현자 마리아눈시아 수녀는 “아프신 중에도 기도를 잊지 않으셨는데 주무시는가 싶으면 성호를 긋고 계셨다”며 “매일 병실에서 수녀들과 함께 미사를 올리셨다”고 말했다.

고인은 15일 저녁부터 혈압이 크게 떨어지면서 급격히 병세가 악화됐고 16일 오후 6시 12분 눈을 감았다.

○ 김 추기경, 평안한 임종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이날 임종을 지켜본 정진석 추기경과 백성호 비서신부가 ‘고통스럽지 않으냐’고 묻자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한다. 허영엽 문화홍보국장 신부는 “선종 당시 상황은 혈압이 떨어지고 숨을 쉬기 힘드셨을 텐데도 평안한 표정으로 돌아가셨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주위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려 하셨다”고 말했다.

며칠 전 병문안을 갔던 오웅진 신부는 “자주 찾아주고 사랑 많이 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오 신부는 “기도 많이 하고 오래오래 사시라”고 기도드리니 “야, 나 힘들어서 죽겠다. 빨리 죽게 해달라고 기도해야지” 하셨다고 전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동아닷컴 임광희 기자
▲동아닷컴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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