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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 어렸을때 미국으로 이민와
대학졸업을 앞두고 있는 이민 1.5세입니다.
요즘들어 한국에서 당신의 자식들을 미국으로 이민보내고 싶다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저 걱정이 되어 이렇게 글 올립니다.

전 11살때 엄마, 아빠를 따라서 이민왔습니다.
아빠가 하시던 운영하시던 작은 회사를 IMF의 여파로 완전 정리하시고,
정말 100만원 남짓된 저의 집 전재산을 갖고 새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미국에 왔습니다.
워낙에 사람좋아하시는 우리 아빠는, 경제가 안좋아지자 배신을 해버린 몇 주위분들에 대한 실망이 너무 크셨나 봅니다.
여기서 잠깐 제 자랑좀 하자면,
저 초등학교때 영제소리좀 들었습니다.
집안이 좀 잘살았던 덕에 항상 당당하고 화려한 유년기를 보냈던 저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활발하고 야무진 아이란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오니, 모든게 뒤바뀌더군요.
한국에서 입던 화려한 색의 옷들, 양옆으로 땋아진 제 머리에 꽃혀있던 반짝이 핀,
ABC에서 헬로우~ 조차 발음도, 억양도 어색하기만 하던 전,
마치 이상한 나라에온 앨리스처럼 동떨어져 보이기만 했습니다.
물론 저의 가족 이민한곳에 못사는 동네라, 워낙에 아이들이 수수하게 옷을 입고 다녀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더 웃긴건 그 학교에있던 한국아이들이었습니다.
저 어렸을적 한창 크게 유행하던 왕따, 전따, 저 그거 당해봤습니다.
영어를 한마디를 못하는 전, 정말 알수 없는 이유로 전따로 밖혔습니다.
아이들이 저에게 돌을 던지기도 하고, 화장실로 끌려가 괴롭힘도 당하고...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한국애들이 미국애들에게까지도 제가 미국사람들을 욕한다며 저랑 놀아주지 말라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전 제대로 이야기도 한번 나누어 보지 못했는데 욕이라니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들도 문화차이와 언어차이를 극복하느라 스트레스에,
멋모르고 철없이 유행을 따랐던것 같아요.
그래도 그때받은 상처를 씻을수는 없었지요.

그리고 친구들 만은 아니었습니다.
제 첫 담임 선생님은 노랑머리에 파란눈, 선글라스를 쓰고 학교를 오시던,
아주 쿨하신 선생님이셨는데요.
이민하고 몇일 안되 하루는 선생님이 저 앞으로 부르시더라구요.
그러더니 노란연필 한자루로 저희반 전체가 보는 앞에서
제 머리카락을 들쑥들쑥 올려보시고 여기저기 뒤져보시더니,
뭐라고뭐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더니 전 양호실로 보내졌구요.
나중에 그 학교에 있던 단 하나의 한국선생님께서,
그 백인선생님이 제가 혹시 이가 있진 않을까 라는 생각에 그러셨다는군요.
그분께서는 "오지"에서 온 아이가 벙어리처럼 우울히 앉아 있으니 그러셨겠지요.

뭐 인종차별, 문화차별 얘기하자면 이것말고도 정말 많습니다.
한국은 아직도 전쟁중이냐는 질문도,
한국에도 건물이 있고, 학교도 있냐는 질문도,
정말 셀수없이 많이 받아봤으니까요.

물론 저의 가족이 좋은 지역으로 유학을 온게 아니고,
생계유지를 위해 "이민" 을 온것이기에 좀 가난한 동네에 살았기에 그런것도 있고,
그때는 아이들이 너무 어려,
정말 한국에대해 잘 몰라서 그런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찌됬든 어린아이가 견디기에는 이 새로운 세상이 너무 힘들고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사는 한인들 대 부분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미국사람들처럼
그렇가 사는건 아니라고도 말하고 싶었습니다.
오히려 한국사람들보다 더 수수하고, 더 건조하게 사는게 미국이거든요...

제가 아까 얼굴두껍게도 제 자랑하면서,
전 당당하고 활기찬 아이었다고 말했죠?
미국에서 다닌 초등학교 2년동안 전, 말없는 아이가 되었었습니다.
심지어 제 머리속에서 막 꾸중하는 수십게의 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행동하나, 말투 하나도 누가 뭐라하진 않을까
걱정걱정또 걱정하는 소심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자존심만 쎄서 학교에서는 혼자서도 잘노는척, 구석에 열심히 찌글어져있섰지만,
집에와서 부모님 주무신 후에 이불물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어린나이에 자살하는 꿈도 얼마나 꾸었는지 모릅니다.
전 가족이라도 있었지만, 혹 유학보내진 어린아이가,
저처럼 이런일을 겪을까 두려울 뿐입니다.

그리고 영어.
미국으로 보낸다고 그냥 저절로 자연스럽게 좋아지는게 아니란 말도 하고싶었습니다.
제가 하도 힘들어 하니까
무리하면서도 더 좋은 동네로 이사갔었습니다.
이곳은 아이들도 더 착하고 한국아이들의 텃세도 없어서
조금은 더 적응하고 드디어 떠듬떠듬 겨우 인사전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영어를 잘하기 위해선, 정말 얼마나 힘들었나 모릅니다.

제가 미국에서 자랐다고 하면, 한국사람들 다 부럽다 하거든요.
수능안보고 대학가서 좋았겠다고, 학원안다니고 고등학교 생활에서 즐거웠겠다고.
물론 미국애들은 그러겠죠.
워낙에 아이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이곳이니까요.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가, 미국인처럼 되기 위한 고생은,
아마도 수험생 비슷하게 까진 가지 않을까, 감히 말해봅니다.
저 중학교때 수업따라가려고 몇일 밤씩을 샜는지 모릅니다.
특히 과학종목같은건, 어려운 단어가 너무 많아, 아무리 사전으로 열심히 찾아 읽어봐도, 다 읽을 시간이 없어, 정말 무식하게 시험범위 교과서를 달달 외웠던 기억납니다.
몇일밤을 새고 공부한뒤 '제발 저 낙제만 면하게 해주세요' 기도하다 잠들었던 적도 있습니다.
자존심, 그딴거 버리고 어린이책 읽으면서 죽어라 공부해서 영어했습니다.

이민과 유학, 다른거 압니다.
하지만 한국 부모님이 원하는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하려면,
유학생도 이민한 학생처럼 죽어라 공부해야하는건 마찬가지입니다.
머리카락 빠지도록 스트레스 받고, 문화차이, 인종차별, 갖은 치욕 다 겪고,
고생도 많이 해야 할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왜 순수한 아이들을 이민 보네려 합니까?
물론 한국사회에서 영어, 중요한거 압니다.
유학 다녀오면 취직이 더 쉽다고요?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유학 하느라 미국에 퍼붙은 우리 원은요?
버려지는 아이들의 순수함은요?
그 돈과 에너지, 한국을 더 좋은 나라로, 더 강한 나라로, 만드는데 쓰면 안될까요?

저는요, 미국에 완벽히 적응하는게 효도하는거고, 성공하는거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지금 미국에서 꽤 괜찮은 대학에 들어와,
이번 졸업식에서 상도 받을 만큼,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전 이제 어디로 가나요?
항상 한국을 그리워하며 살았는데,
이제 한국은 제 고향이 아니더군요.
미국에 너무 오래 살아, 이젠 한국에서 문화차이 느끼고, 한국어도 어렵게 느껴집니다.
미국에서는요?
항상 조금은 이방인같은 느낌은 떨쳐버릴수 없겠죠.
백인들의 사회에서 성공하기위해서 항상 남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죠?
그래서 가끔은,
그냥 적어도 제 정체성은 확실하게, 한국에서 열심 살았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해봅니다.

이왕이면 아이들 유학보네지 마세요.
맘고생 심하게 합니다.

(글이 너무 길고 어두웠나요? 저 원래 밝은 아이인데..죄송해요~~)

Posted by yy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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