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만 게 무슨 스트레스? 어른들의 오해!

2007년 11월 12일(월) 오후 7:11 [한겨레신문]

[한겨레] “아, 스트레스 쌓여.” 아이가 짜증을 내며 이런 말을 할 때, 부모들은 흔히 “조그만 것이 무슨?” 하며 웃어넘기곤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것은 어른들의 생각일 뿐이라고 말한다.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은 “아이들은 언어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는 데 서툴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일 뿐, 어른 못지않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전성일소아청소년정신과 전성일 원장도 “아이들은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과 조건이 매우 제한돼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많을 수 있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어른보다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 스트레스 징후=스트레스가 쌓이면 짜증이 잦아지는 등 여러 가지 징후가 나타난다.(표 참고) 특히 아이의 말이나 행동, 식사습관 등에서 ‘갑작스런 변화’가 나타나면 스트레스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아이가 보이는 행동은 대부분 부모 처지에서는 야단칠 일들이다.

그래서 자꾸 혼을 내게 되고 아이는 더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손 원장은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 보고 ‘너는 왜 만날 이 모양이냐’며 나무라서는 안 된다”며 “스트레스가 계속 쌓일 경우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고, 면역력을 떨어뜨려 잔병이 늘어나며 성장장애까지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얌전한 아이가 더 위험=아이가 싫은 내색을 잘 하지 않고 조용하면 “쟤는 원래 순한 아이야”라며 별 문제가 없다고 여기기 쉬운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원광아동발달연구소 유재령 부소장은 “예민하고 소심하며 새로운 과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느린 기질’의 아이들은 불편한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의 어려움을 눈치채기가 어려워 더 위험할 수도 있다”며 “얌전한 아이들이 오히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쌓인 문제가 터져 상담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의 감정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부모가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읽어준 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라고 말하며 문제해결 과정으로 아이를 유도하고, 아이가 노력하는 것에 대해 칭찬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스트레스의 원인은 학습 부담, 또래관계, 부모와의 관계 등 다양하기 때문에 먼저 원인을 정확하게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와 자주 대화를 나누고, 아이의 행동이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기를 싫어한다면 그 이유가 뭔지 파악해서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친구와의 관계가 문제라면 적당한 시기에 친구를 초대하는 등 아이의 친구 사귀기를 도와줄 필요가 있다.
부모들이 무심코 넘기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편애다. “형 반만 따라해 봐.”라거나 “너는 어째 동생만도 못하냐.”라고 말하면서도, 부모는 자기가 결코 편애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손 원장은 “중요한 것은 아이의 주관적 인식”이라며 “아이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야단부터 칠 게 아니라 우선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의 스트레스 중에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지나친 간섭이나 강압적인 태도 등은 아이 처지에서 심각한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다. 따라서 부모가 자신의 양육태도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손 원장은 “부모가 나로 인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가장 먼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동서심리상담연구소 김경민 소장은 “부모와 자녀가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대화가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아이 말을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화를 한답시고 지시만 늘어놓거나 결국 충고로 끝을 맺는 태도다. “그래도 참고 공부해야 훌륭한 사람 되는 거야”라는 훈계가 대표적이다. “다른 집 아이도 다 하는 거니까 너도 견뎌야 돼”라는 말도 문제다.

스트레스는 아이의 성향과 기질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오는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전 원장은 “부모가 대화 끝에 하는 충고를 아이는 잔소리로 여긴다”며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업 부담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여주려면, 능력에 맞는 목표와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 원장은 “능력에 맞게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하고 이런 노력을 주위에서 인정해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학습 스트레스를 벗어나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삽화 출처: 〈특종! 최강 공부법〉(씽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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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y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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