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media.daum.net/edition/life/200602/14/hani/v11702020.html 에서 퍼왔습니다. 요즘 세태가 점점 자립심이 없어지는걸 느끼고 있지만.. 점점 심각해 지고 있네요.

[한겨레] 요즘 대학생들은 어떤 스타일에 무슨 생각을 할까?

시대의 변화는 ‘대학생’의 내면과 겉모습도 바꿔놓고 있다. 한때는 통기타나 시위가 대학생의 상징이었다면, 요즘은 독립성 상실, 소비·대중문화에의 매몰, 공동체에 대한 무관심, 취업전쟁 등이 대학문화를 떠올리는 ‘열쇳말’이 되고 있다. 2006년 현재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모습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성적·학과변경 부탁에 부모님이 ‘따르릉’
10대때 생활양식 대학생 돼서도 쭈욱
“몸만 커진 중고생 지적

“교수님, 우리 아이 성적 잘 부탁드려요.” 송재룡 경희대 교수(사회학)는 요즘도 한 학생 어머니의 전화를 떠올리면 실소를 금치 못한다. 학생들이 성적을 올려달라고 읍소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학부모가 직접 전화를 해온 것은 처음이었다.

이혜숙 경상대 교수(사회학)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한 학생이 학과를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자, “뜻밖에도” 학생 어머니가 직접 찾아와 사정했던 것이다. 김천대 도서관에서 근무한 사서 이은아(27)씨는 “어떤 학생이 빌린 책을 돌려주지 않아 졸업을 못하게 되자 결국 어머니와 함께 찾아와 놀랐다”는 경험담도 전했다.

일본에서 언어치료를 전공하며 유학하고 있는 김아무개(27)씨는 유학생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자주 한국을 드나든다. 두 달에 한 번꼴로 귀국을 하느라 학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지만, “일본에 혼자 있으면 왠지 불안해 부모님이 있는 집을 찾게 된다”고 털어놨다.

대학생들이 어려지고 있는 것일까. 최근 ‘몸만 커진 중고생 같은 대학생’들이 부쩍 늘었다고 교수들은 입을 모은다. 자신이 처리해야 할 문제들을 부모들에게 떠넘기거나 의존하는 응석받이 대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에 들어가면 행동거지를 스스로 ‘어른’에 맞추던 예전 대학생들과 달리 요즘 대학생들은 자신을 어른보다는 ‘애’에 맞추려는 습성이 강한 편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서울 고려대 본관에서는 보기 드문 시위가 벌어졌다. 이 대학 전파공학부를 정보통신대에서 공과대로 이전하는 데 반발해 학생들이 아니라, 전파공학부 학부모 20여명이 시위를 벌인 것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부모들이 나서는 바람에, 학교로서도 상당히 당혹스러웠다”며 “대학생들이 부모에게 매달린다는 여론의 눈총 탓인지 부모들이 이 문제를 더 강하게 끌고 나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녀를 한둘만 낳다 보니 부모들이 자녀의 모든 것을 간섭하고 통제하려 들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10대 때의 생활양식이 대학생이 된 뒤에도 이어지는 것도 예전과 다른 풍경이다. 남재일 고려대 강사는 “‘교수님 처음으로 결석을 합니다’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소비생활에서도 어린이 취향이 강한 대학생들이 많다.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는 어린이용 명품을 사는 여대생들을 어렵잖게 마주칠 수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여대생들이 아동복 명품 매장에서 가장 큰 사이즈를 사 입는 경우가 많다”며 “싼값에 명품을 사 입을 수 있는데다 어린아이 옷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소비욕구는 예전보다 커졌는데 경제력은 제자리다 보니 소비 측면에서 부모 의존성이 커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양현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1990년대 이전에는 대학생들이 사회와 삶에 대한 고민 속에서 자아를 성숙시킬 기회가 있었는데, 시대 상황이 달라지고 취업 문제도 심각해진 요즘에는 고민과 성찰의 기회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교육이 예나 지금이나 한 개인이 성숙해 나가는 잠재성에 주목하기보다는 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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