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 틀려도 자꾸 말하게 놔둬라 - 장영준 중앙대 영문과 교수

초등학생 자녀가 영어 학습을 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당수 학부모가 안고 있는 고민 중 하나다. 영어 학습에 관한 '자안'들은 많다. 그러나 너무 이론적이거나 수험 대비용이어서 학부모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장영준 중앙대 영문과 교수가 현재 초등학생 5학년생의 아빠로서 겪은 경험과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전문가 입장을 바탕으로 학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효율적인 영어 학습 방안을 몇 차례에나눠 제시한다.

1. 틀린 영어 고쳐주고 싶은 마음 참아라.

먼저 경험담 하나. 큰 아이의 외국인 영어선생님이 방문한 날이다. 여섯 살배기 둘째가 갑자기 선생님에게 달려가더니 말한다. "Christine, my father and mother is not here." 나는 방에서 그 말을 들으면서 얼른'동사가 틀렸는데' 라고 생각했다. 거의 본능적으로 아이의 틀린 영어를 고쳐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대신에 "태민이 참 대단하네. 어떻게 영어를 그렇게 잘하니"라며 칭찬을 해주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의 틀린 영어를 바로잡아 주고 싶은 마음을 가질 것이다. 그런 욕구를 억제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 아이들도 두세 살 무렵 hold의 과거형을 (held가 아니라) holded라 하고, go의 과거형을 (went가 아니라) goed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이런 오류를 강요하사디피 고쳐주는 부모는 없다. 그러지 말도록 권장하는 정도다. 유독 우리 학부모가 아이의 틀린 영어를 부단히 고쳐주고자 하는데, 이는 금물이다. 오류의 과도한 수정은 오히려 학습효과를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2. 틀린 영어라도 해보는 게 중요하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나는 당시 연구년으로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갔고, 큰아이도 낯선 미국 초등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어느날 우연히 큰아이를 지켜보다가 그만 한숨이 나왔다. "My name is Justin"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그 다음 나온 말이 "I am Korea"였다. 물론 큰아이의 말은 "나는 한국에서 왔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말을 들은 미국 아이는 "You are from Korea?"라고 대꾸했고, 큰아이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Yes"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 큰 아이는 자기가 미국 아이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고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가를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 비록 틀린 영어라도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 틀린 문법에 대한 나의 과도한 걱정은 기우로 판명된 셈이다.

3. 지나친 테스트 욕심을 버려야 한다.

매순간 아이의 학습결과를 점검하려 한다면 그것은 안 될 말이다. 많이 들려주고, 많이 보여주고, 많이 말하게 하되 테스트를 하지 않아야 아이는 자신감을 잃지 않고 스스로 오류를 고쳐나갈 수 있다. 물론 시험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단어시험을 보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단어를 되풀이해서 들려주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요즘은 그림 영어책도 많고 비교적 저렴한 오디오북도 넘치도록 다양하다. 적절한 수준의 책을 선정하여 꾸준히 보고 듣게 한다면 아이들의 영어실력은 대나무처럼 쑥쑥 자랄 것이다. 굳이 내용을 알아들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에는 10%, 다음엔 20%, 그 다음에는 40% 하는 식으로 아이의 이해력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언어공부에서는 흥미 유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과도한 테스트를 지양하고 해당 언어에 충분히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학원에서 돌아오는 아이에게 학습 결과를 검증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 은근슬쩍 질문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그냥 내버려두라. 하루 30분 정도 오디오북을 듣도록 하거나, 영어책을 읽게 하는 것, 혹은 온 집안의 물건들에 영어단어를 붙여 놓고 수시로 돌아다니며 그것들을 스쳐보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TV보다는 라디오의 영어방송을 틀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는 절대로 "저게 무슨 내용이니"라고 묻지 말자. 그것은 아이에게 공포와 짜증을 불러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어떤 단어 배웠니" "선생님이 뭐 가르쳐주셨니" "elephant가 우리말로 뭐였지" 이런 질문들은 가능하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4. 부모의 조급증이 영어실패의 최대 적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익히는데 4000여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입력(input)은 없는데 조급하게 결과를 테스트하려는 것은 금물이다. 아이로 하여금 영어에 충분히 노출(exposure)되게 함으로써 기대한 목적을 이룰 수 있음을 명심하자. 초등학생처럼 어린 영어학습자에게 오류의 과도한 수정도 피해야 한다. 그들은 아직 스펀지와 같아서 왕성한 영어 흡수력을 가지고 있다. 굳이 고쳐주지 않아도, 확인하지 않아도 곧 스스로의 발견 절차에 따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어 있다.

1. "뭐 배웠니"라고 묻지 마라
2. 테스트를 하지 마라
3. 틀릴 때마다 고치려 하지마라
4. 맹목적 암기를 시키지 마라
5. 오디오북은 30분 이상 듣게하지 마라
6. 오디오북은 설명하지 말고 같이 들어라
7. 사전이 필요한 어려운 책을 읽히지 마라
8. 알파벳부터 시작하지 마라
9. 너무 빨리 단계를 높이지 마라
10. 아이가 질문 할 때까지 서두르지 마라

Posted by yyh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