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2일에 MBC 100분 토론에서 사형제에 대한 토론을 했었나보다.. 오래 전에 받아 놓았다가 오늘 저녁을 먹으면서 보았다... 사형 문제는 기독교 윤리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언젠가는 반드시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문제이므로 사회적으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해서.. 받아 놓았다가 오늘 시간을 내서 좀 봤다.. 그런데 토론을 보면서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토론의 패널로는 자유경제원장 전원책 변호사, 숙명여대 법대 이영란 교수 (이상 사형제 존속론자),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허일태 교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연구위원 (이상 사형제 폐지론자)이 나왔다..
사형제 존속론의 주장은 굉장히 굉장히 명료하다. 사형이라고 하는 극단적인 형벌제도가 범죄 억제력이 있기 때문에 계속 존속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형제 폐지론을 지지하는 내 입장에서 사형제 폐지론을 주장했었던 허일태 교수와 승재현 연구위원의 논리적 근거에 아쉬움이 좀 있다.. 허일태 교수의 경우 몇 몇 법리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사형제 폐지를 주장을 했는데 솔직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 이 이야기는 내 머리에 남을 만큼 결정적인 논거는 아니었다는 의미이다.
그래도 승재현 연구위원이 한 이야기가 보통 사형제 폐지론자들의 주장을 일정 수준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승재현 연구위원의 사형제 폐지론의 논거는 이러하다. 먼저 인간의 생명권 자체가 중하다는 전제 하에 사형제가 법죄를 억제한다고 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형제를 시행하는 것은 좀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승재현 연구위원의 논지는 사실 기독교인이라면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의 논지이다.. 하지만 이런 논지는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논지인 것이지 기독교 공동체가 아닌 일반 사회에서도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논지는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토론을 보는 내내 했었다.. 그러면서 약간의 답답함과 아울러 갈증이 좀 있었다... 조금 더 깊은 내용으로 들어갔으면 하는...
100분 토론은 기본적으로 자유 민주주의라는 가치적 분위기 안에서 열린다. 따라서 자유 민주주의적 가치와 관련된 내용이 언급 될 수 밖에 없다. 자유 민주주의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엄격한 법집행에 의지한다.. 한 개인에게 최대한의 많은 자유를 부여하되,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가 공적 권력을 이용을 해서 그 행동에 대한 제재를 가함으로 질서를 유지하는 체계가 자유 민주주의 체계이다.. 따라서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언제나 엄격한 법집행이 강조된다.
사형제 존속론을 주장하는 전원책 변호사와 이영란 교수가 사형제의 존속을 주장하는 논리적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간 중간 이영란 교수가 사형제를 폐지하고 나면 어떻게 사회에서 극단적으로 일어나는 잔악한 살인을 예방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여러번 하는데, 정확하게 전원책 변호사와 이영란 교수는 엄격한 법집행을 통해서 사회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본적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자신의 가치체계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일 것이다...
허일태 교수와 승재현 연구위원이 더욱 영향력 있는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고자 했다면.. 바로 이러한 민주주의 가치에 도전할 수 있는 논거를 제시를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일반적인 자유 민주주의가 굳건히 믿고 있는 .. 엄격한 법과 형벌이 아닌 또 다른 범죄 억제력과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대안을 제시를 했어야 했고, 그러한 대안적 가치 안에서 유지되는 사회 공동체를 그려낼 수 있었어야 했으며, 그러한 큰 그림 안에서 사형제의 폐지를 이야기를 했었더라면 다른 사람들의 동의는 얻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더욱 설득력은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
사형제 폐지는 아마도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주장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가 사형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일면에는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따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법과 원칙에 의한 사회질서 유지를 지지하지 않는데 그 근거가 있다. 기독교는 사회질서유지의 근본적인 힘을 그리스도의 사랑과 성령의 사역에서 찾는다. 그렇게 때문에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형벌에 의존하지 않을 수가 있는 것이고, 형벌에 의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사형제의 폐지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형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기독교적 관점에서의 대안이 반드시 제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비기독교인들은 성령이니 그리스도니 하는 이야기는 이해가 안 될 터이니 사회학적 관점에서의 다른 논거로 풀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이 없었다는 것이 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윤리학 공부하시는 분들은.. 이 부분에 대해 기독교적 관점으로 뿐 아니라 대 사회적 관점에서도 명쾌하게 정리좀 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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