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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씁쓸함을 남기는 또 하나의 사건이네요..

이하늘씨가 왜 저런 인터뷰를 해야 했을까요?? 이것은 요즘 예능 트렌드와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 예능에서의 토크 패턴을 보면 대부분의 경우 다른 누군가를 깎아 내리는 희생양을 삼아서 사람을 웃기는 패턴이 주로 사용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패턴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같은 예능인을 보통 그 희생양으로 삼아왔기 때문에 서로 이해를 해 주었기 때문이겠지요...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개그맨 박준형과 김지혜씨가 스타 부부쇼 자기야에 출연해서 이야기를 할 때 김지혜씨의 성형 사실과 쇼핑습관을 소재 삼아서 다른 사람을 웃기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박준형씨는 자신의 아내인 김지혜씨의 약점을 들춰내서 약간 비하하는 패턴으로 흥미를 끌어내고 김지혜씨는 그것을 용인해주는 패턴... 최양락씨와 팽현숙씨도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서로 서로를 비하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내고 그것을 동지 의식을 가지고 서로 용인해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하늘씨가 박정환씨를 비하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했었던 것도 사실 이러한 큰 틀 안에서의 예능 패턴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깎아 내려도 그것을 이해하고 용납해줄 수 있는 상대를 깎아내리지만 이번 이하늘씨의 경우에는 그것을 용납할 이유가 없는 사람을 깎아내림으로 웃기려고 했었다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들은 예능이라고 하는 공통된 장르 안에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깎아내려도 그것을 용납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들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을 하면 어차피 다른 사람을 깎아내림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운명이니까요.. 그렇게 서로 상부 상조하면서 예능인들은 살아남습니다. 하지만 박정환씨는 예능인이 아닌 일반인이지요.. 다시 말해서 자신을 비하하는 이하늘을 받아주고 용납해 주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만약에 박정환씨가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방송인이었고 또 예능에 출연해야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면 박정환씨의 반응은 전혀 달랐을 것입니다.. 아마도 지금처럼 명예훼손 운운하면서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아마도 그냥 한 번 웃어 넘기고 말았겠지요....

 

 

이 사건은 지금의 예능 프로그램들의 대화 패턴이 과연 그냥 둬도 되는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인간에 대한 비하를 서슴치 않고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그런 패턴의 유머가.. 과연 건강한 것일까요???? 박정환씨가 느꼈을 그 모멸감과 모욕감은.. 예능에서 희생양이 되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다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단지 박정환씨와 다른 점이라면.. 그들은 그런 모멸감을 참아야 하는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그냥 속으로 삭이고 있었을 뿐이겠지요.. 이게 과연 올바른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이번 이하늘씨와 김창열씨의 행동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잘못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지적하는 분들은... 그런 잘못된 행동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예능이라는 탈을 쓰고 항상 자행되어오고 있으며, 우리는 이렇게 잘못된 것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아주 당연한듯이 보고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을까요?

 

 

이 문제는 단순히 이하늘, 김창열씨만의 잘못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사회가 이상해져가고 있어요... 다른 사람의 부끄럽고 추한 부분들을 끄집어내서 그것을 보고 재미있어하는 이 사회가 같이 져야 할 부분일 것 같아요...

아무튼.. 이하늘씨와 박정환씨 사건을 대하면서 그냥.. 마음이 무거워지는 현실을 또 보게 되는군요..

Posted by yy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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